지난해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 확진자는 현재 전 세계 50만여 명에 육박하고 있다. 거제시의 확진자는 총 6명. 이 중 4명은 퇴원해 일상으로 복귀했고, 나머지 2명은 격리되어 치료를 받는 중이다. 32년의 공직생활 중 직접 걷지 않았던 길,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이기에 힘든 과정이었지만 꿋꿋하게 버텼다. 글래디에이터(로마 검투사)의 정신으로 맞서 싸운다면 우리시에는 단 한 명의 확진자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작은 희망 속에서... 지금도 생생한 그 날이다. 2월 23일 일요일 새벽 2시경 울린 벨소리..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라고 담담한 척 내뱉고는 차를 운전해 사무실로 갔지만 사실 어떻게 해야 할지, 무엇부터 처리해야 할지 머릿속이 하얘지는 기분이었다.
다행히 TF팀에서 프로세스를 설정해 놓았기에 환자 이송, 접촉자 모니터링, 동선 확인의 과정을 순서대로 진행할 수 있었고, 확진자 보고, 브리핑 자료 작성, 동선 공개, 방역소독 등의 행정적인 조치도 서둘러 처리했다. 총성 없는 전쟁터와 같은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사태를 겪으면서 나에게 가장 힘들고 아픈 일을 꼽으라면 확진자의 동선 공개가 아닐까 싶다.
확진자 동선 공개는 타인의 감염을 예방하고 그 장소를 방문한 이들이 스스로 의심하고 진단을 받게 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 하는데 목적이 있다 할 것이다. 다만, 동선의 공개 범위를 놓고는 많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가장 민감하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은 개인정보에 관한 내용이다. ‘공공의 이익과 국민의 알 권리’가 우선이라는 주장과 ‘개인의 인권 및 사생활 보호’가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으나, 이런 전파력이 강한 감염병 분야의 특성상 공공의 이익, 즉 알 권리가 더 중요하다는 여론이 조금은 우세한 것 같다.
알 권리와 인권 보호 그 사이에서, 대부분의 이들은 안전을 이야기 하며 공익을 우선 했지만, 이 속에서 누군가는 아픔을 겪고 상처를 입었다.
필자 역시 동선 공개에 대한 확진자와의 마찰, 빗발치는 시민의 전화민원, 직원 상호 간의 의견 충돌, 의료기관과의 협조 미흡, 언론과의 소통 부조화 등 수많은 일들로 인해 국민의 알 권리라는 공익에 치우쳐 개인의 인권 보호를 소홀히 한 적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우리시 확진자의 경우 대부분 진술한 동선 내용이 상세하고 정확도가 높아 주거지 엘리베이터 cctv를 중점적으로 파악했고, 어떤 분들께서는 자신의 카드 내역서를 스스로 제출해 주기도 했다. 특히, 자신에게 조금이나마 증상이 있거나 대구 및 신천지 관련 이력이 있는 경우 자발적으로 자가 격리 생활을 함으로써 우리시에는 확진자 접촉에 의한 감염자는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모두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현명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의 단면을 볼 수 있어 확진자 분들께 무척이나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다. 감염병 예방이라는 공익을 위해 동선 공개는 불가피하지만, 개인의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질병관리본부 가이드라인을 더욱 더 충실히 준수할 것을 시민께 약속드린다.
세계를 공포에 떨게 만든 고대 로마 시대의 안토니우스 역병, 페스트, 결핵 등 인류는 언제나 감염병과 싸우면서 발전해 왔고, 사스, 메르스 등 새로운 감염병에도 인간은 두려움을 이겨내고 언제나 승리자가 되었다.
‘알 권리’와 ‘인권 보호’ 그 사이에서 어느 쪽이 더 가볍고 무거운가를 가려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코로나 극복’이라는 목표를 향해 모두가 하나된 마음으로 서로가 양보한다면 조금씩 균형점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동안 몸 고생, 마음 고생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우리 확진자 분들의 퇴원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아울러, 아직 완치판정을 받지 못한 분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하면서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는 그 날까지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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